글귀

박진성, 연못의 나라

buttxr 2017. 2. 28. 21:31

온 몸이 눈알이어서 네가 바라만 봐도 나는 사랑이다
연꽃은 내가 키운 속눈썹이니
물고기들 죄다 열반이다
비 내리면 타닥타닥 공중으로 길을 만드니
쏟아지는 길이 온통 혈관이고
아픈 사람 눈빛 건네 오면
아파서 일렁이며 음악이다
실뿌릴 내게로 밀고 있는 나무들
아라리로 아라리로 키우고 있으니
그래, 온 몸이 눈이어서
숨도 눈으로 쉬고 있으니
눈숨 몸숨이 다 숨결이다
내게로 뛰어들어 넋도 못 건진 뼈들 녹여내느라
썩어가는 역사이고
필사적으로 눈동잘 땅 속으로 밀어 내 몸 버티고
네 마음 응시하고 있으니,
파문은 껌벅임이고 수초들은 수줍음이니
네가 바라만 봐도 나는,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