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귀
이응준, 겨울 그림
buttxr
2017. 5. 7. 02:38
여인이 술회하는 밤들을 나는
마저 다 받아 적을 수가 없었다.
인생이란 결국 아무 데도 없는 탓이어서인지
나는 그 누구의 속삭임도 부양하고 싶지가 않았다.
하나님 앞에 부끄러우면 하나님 앞에 안 가면 되는 것이다.
높은 곳에서 깃발처럼 나부끼는 숨결.
낮은 곳에서 강물처럼 호소하는 미소.
아무리 그렇다 한들 우리에겐 서로의 병든 그림자를
포옹할 만한 용기가 없었다.
간밤에 마지막으로 단 하루만 더 견뎌 볼 거라며 울먹이던
그 하나님을 닮은 여인이 고백하고 간
숲과 길이 남아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