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귀

나희덕, 어떤 나무의 말

buttxr 2017. 5. 7. 03:10

제 마른 가지 끝은
가늘어질 대로 가늘어졌습니다.
더는 쪼개질 수 없도록.

제게 입김을 불어넣지 마십시오.
당신 옷깃만 스쳐도
저는 피어날까 두렵습니다.
곧 무거워질 잎사귀일랑 주지 마십시오.

나부끼는 황홀 대신
스스로의 관이 되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부디 저를 다시 꽃 피우지는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