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귀

이시라, 얼룩

buttxr 2017. 12. 29. 01:23

검버섯 피부의 시간이 당신을 지나간다


시간을 다 얼룩이 지나간다


날이 저물고 아픈 별들이 뜨고

내가 울면

세상에 한 방울 얼룩이 지겠지


우리가 울다 지치면

한 문명도 얼룩이 되고


갓 피어나는 꽃들도 얼룩이 되지


지금 나는

당신의 얼룩진 날들이 나에게 무늬를 입히고

달아나는 걸 본다

모든 것을 사랑하였어도

밤을 떠나는 별처럼 당신이 나를 지나간다


그러다가 어느 날

사라진 문명이 돌연 찾아든 것처럼

내 벽에는 오래된 당신의

벽화가 빛나겠지


천 년을 휘돌아온 나비가 찾아들고


다시 한바탕 시간들 위로 꽃잎 날리고

비 내리고 사랑하고 울고 이끼 끼고


나의 얼룩도

당신처럼 시간을 지나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