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귀
성백선, 그라데이션
buttxr
2018. 2. 2. 01:53
우수수 쏟아지는 햇살, 잎맥의 실핏줄 터뜨리며
붉은 나무들이 일제히 연못에 뛰어든다
새가 구름 한 조각 물고 물숲으로 날아온다
번지는 물살은 생각의 층들을 우려낸다
나는 수면 바로 밑을 흐르는 분홍 물고기,
비치는 지느러미로 당신을 지우고 지난다
한때 물안개 피워올리던 새벽이 우리였을까
내가 나를 놓아주려 가을을 흔들어 놓았다
차가운 물빛이 눈동자 덮고 가장자리로 흐려졌다
나는 점점 옅어지고 물의 내연과 멀어지는 주산지,
늙은 왕버들 무릎 적시고 시린 하늘 내려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