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귀

박시하, 불안의 숲

buttxr 2018. 3. 21. 22:37

슬픔을 가져와 바른다
붉은 안대로 눈을 가리고
검은 돌멩이를 입에 넣는다

푸른색 옷을 입힌다
손목을 잘라낸다
저녁이면 커튼을 내리고
꿈속에 불타는 물을 쏟아붓는다

당신은 누구세요?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멀리서 나를 바라본다

눈으로 볼 수 없고
팔로 껴안을 수 없는
분명한 것이 있다
거대하고 끊임없는 비명이 있다

숲보다 더 커다란 것이 숲 속에 있다
파도치는 그림자를
만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