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눈이 어두운 겨울이나
사람을 읽은 사람이
며칠을 머물다 떠나는 길

떠난 그 자리로
가난한 밤이 숨어드는 길
시래기처럼 마냥 늘어진 길
바람이 손을 털고 불어 드는 길

사람의 이름으로
지어지지 못하는 글자들을
내가 오래 생각해보는 길

골목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그림자로 남기고

좁고 긴 골목의 끝을
바라보는 일만으로도
하루가 다 지새워지는 길

달이 크고
밝은 날이면
별들도 잠시 내려와

인가의 불빛 앞에서
서성거리다 가는 길

다 헐어버린 내 입속처럼
당신이 자주 넘어져 있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