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오락실 앞에서 감기약을 먹었다. 아프지 않으면 어쩌지. 소년들은 배운 것을 거짓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의 이름, 그딴 건 관심 없다고 했다.

나 미술 했어요 그려주고 싶어요
그려주고는 싶은데 망칠까봐 두려워요

망치는 게 무엇인지 알까, 나는 선생이 무서워.
시인을 그딴 거라고 부르기로 한 소년은

침대에 누워 용감하게 얘기했다. 사라진 엄마, 훔쳐온 것들. 폭죽놀이는 신나지만 무섭도록 허탈해. 그런 것까지 꼭 말해야 하니? 네 목에 걸린 감기약을 녹이고 손을 잡아 줄게. 네 안에서 쏟아지는 것들은 시끄럽고 많고 다정하구나.

난 너랑 손만 잡고 있어도 좋아.

그건 너랑 다른 것도 하고 싶다는 얘기. 너와 다른 것은 하지 않겠다는 얘기. 그러니까 네가 했던 미술 따위. 칠판 앞에 선 선생은 죽었다 깨어나도 도무지 알 수 없는 것. 중요하진 않지만 엄숙한 수업. 마침표가 울려서 우리는 누웠다. 잔잔한 폭우래도 믿을래. 밑줄에 밑줄을 그으면 거짓말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