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를 대비하지 못한 공룡들이
얼음 화석으로 동결된 지구에는
꽃과 노을과 여름 속에
쏟아지고 달려들던 모습 그대로
키스들이 잠복하고 있다
엎질러지기 쉬운 메이플시럽과
내리막을 좋아하는 소나기와
오직 흐르고 흐르는 시간을
모두 얼려 버린 주술 같은 말
피와 피, 물과 물의 교환으로 사는 이들에게
사랑은 조금만 치우쳐도 하얗게 굳는 화학작용
얼음 속에 갇힌 마지막 표정으로 서로를 기억하면서
몇만 년 후에 어느 극점에서나 다시 만나자고,
너무 추워서 추운 줄도 모르는
한 시대의 마음이 멸종하고 있다